연극사를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연극사를 연구해야만 하는가? 대부분의 대학에서 연극 관련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연극사는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연극사 과목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개설된 교양필수 과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유독 연극사 과목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는지, 또는 그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학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연극사는 다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 교과목이다. 우선, 연극사는 미래의 연극 관련 전문이 될 사람들에게 예술적 유산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연극사는 무대 기술적인 측면과 극장 관습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동시대의 연극예술 종사자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등을 제공한다. 우리는 현대 연극을 다루는 장에서 얼마나 자주 동시대의 연극 예술가들이 전통적 관습들을 차용하여 무대를 꾸미며 또 이렇게 만들어진 무대가 우리에게 얼마나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가 역사적 고증을 거쳐 정확하게 과거의 공연을 재창조하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며, 연극사에 있어서 일반화된 관행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에 연극이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연극사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사회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연극사 연구를 통해서 과거 시대의 주요했던 사회적 이슈들과 관심사들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배울 수 있다. 즉 연극 공연을 분석함으로써 한 사회의 관습과 규범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연극사는 또한 순전히 학문적 탐구만을 위해서도 매우 흥미진진하고 연구가치가 높은 유일무이한 분야이다. 연극이란 일과성 예술이기 때문에, 연극사에서 이를 다루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학자들 간에 열띤 논쟁이 계속되는 것이며, 끊임없이 재평가 작업이 지속되는 것이다. 다른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연극도 과거의 것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며, 연극사 그 자체는 - 후에 연극사적 접근을 통해 다양하게 논의해 볼 것이지만 - 끊임없이 재검토되어 가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어떻게 연극사를 연구하는가?
연극사가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들을 취한다. 가장 전통적인 역사가들은 특별한 이슈들을 문제 삼는 것으로 시작하거나 특별한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어떤 종류의 무대 장치가 고전 그리스 연극에서 사용되었는가?" 또는 "영국 왕정복고 시대의 연기는 어떠했는가?" 와 같은 특별한 질문들에 대답을 하려고 노력한다. 때때로 그들은 19세기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였던 이라 알드리지의 전기와 같은 특정 토픽을 탐구하기도 한다.
최근에 연극사가들은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좀 더 이론적인 방법론을 취해 왔다. 이 부류의 역사가들은 연극적 현상에 대해 가설을 설정하거나, 또는 지식에 근거한 추정을 하고, 그에 대한 입증 작업에 들어간다. 그들은 자주 더 넓은 차원의 역사적 또는 이론적 맥락 안에서의 연극적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들이 탐구하는 가설들에 대해 이론적인 견해를 활용한다. 당대 이러한 부류의 역사가들은 역사의 연대기적 사실만 단순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점을 믿지 않는다. 이론적인 분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연극 탐구를 위한 미국 협회(연극사가들의 학술 단체)' 에서 발간하는 『시어터 서베이』 2004년 11월자 이슈에는 '새로운 천년의 연극사'라는 제목이 붙여졌는데, 여기에는 연극 역사 편찬 및 연극사 집필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다룬 다수의 논문들이 담겨 있었다.
연극사를 집필하기 위해, 연극 역사가들은 물론 끈질긴 연구를 수행해야만 한다. 역사가들은 자신이 연구하는 시대에서 발췌한 원본 자료인, 일차 원천자료들을 정련해야만 한다. 또 역사가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토픽과 관련된 이차 자료들도 모두 검토해야만 한다. 이차 자료란 이미 일차 원천자료들에 대한 연구가 종료된, 선배 역사가들이 집필한 자료들이다.
연극사가들은 이전 시대에 역사적 관심을 받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하거나 이미 연구된 현상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쓰인 유대인 대학살을 다룬 미국 라디오 드라마들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그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의 라디오 연극처럼 무시되었던 토픽을 탐구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은 유럽의 유대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냥 무시했었다는 하나의 가설을 입증하는것이었다.
연극사가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어디에 발표하는가?
역사가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많은 학술 잡지에 발표한다. 이러한 학술 잡지들은 일반 관객들에게도 관심거리가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학자들과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출판된다. 연극 역사를 다루는 논문들을 주로 출판하는 가장 저명한 학술 잡지는 『시어터 저널』, 『시어터 서베이』, 『연극 역사 연구』, 『미국 드라마와 연극 저널』, 『19세기 시어터 리서치』, 『왕정복고시대 및 18세기 시어터 리서치』, 『시어터 리서치 인터내셔널』, 『시어터 노트북』, 『라틴 아메리칸 시어터 리뷰』, 『모던 드라마』, 그리고 『위민 앤드 퍼포먼스』 등이다. 물론 연극사가들은 다른 학술 단체 및 관련 학술 단체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도 논문을 발표한다. 예를 들면 이러한 학술지로는 『저널 오브 포퓰러 컬쳐』, 『저널 오브 더 모던 랭귀지 어소시에시션』, 그리고 셰익스피어 연구 전문 저널들이 있다.
연극사가들은 또 많은 학술 단체에도 소속되어 있는데, 이런 단체들은 연극사가들의 최신 연구를 발표할 수 있는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전국 규모의 어라한 단체로는 '어소시에시션 포 시어터 인 하이어 에듀케이션', '디 아메리칸 소사이어티 포 시어터 리서치', 그리고 '미드 아메리카 시어터 컨퍼런스'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연극사가들은 '더 포퓰러 컬처 어소시에이션'과 '더 모던 랭귀지 어소시에이션'과 같은 단체에서도 학술 논문을 발표한다. 대부분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학술 잡지들은 이런 학술 단체에서 발행하는 것들이다.
한편 단독 저서 분량의 연구를 학술 출판사나 대학 출판사를 통해 출판하는 연극사가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출판사로는 러틀리지, 팔그라브/세인트 마틴스 출판사,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 아이오와대학 출판사, 미시건 대학 출판사, 존스홉킨스대학 출판사 그리고 인디애나대학 출판사 등이 꼽힌다.
원문_세계연극사_에드윈 윌슨/앨빈 골드퍼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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