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극 대본
“그늘”
(무대 중앙, 작은 의자 하나. 희미한 조명 아래 인물이 앉아 있다.
천천히 말하기 시작하며,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점점 깊어진다.)
서연
“사람들은 말해요.
모든 사람에겐 자신만의 무게가 있다고.
그래서 어떤 순간엔, 누군가가 너무 무거워 보여서
도저히 손을 내밀 수 없을 때가 있대요.”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았다 뜬다.)
“그날,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났어요.
바쁘게 걷던 거리 한복판에서, 잠시 멈춰선 사람.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존재였겠죠.
하지만 나는 그 바람이 내 마음속에 멈춰 서는 걸 느꼈어요.”
(눈빛이 흔들리며, 무겁고 슬픈 기운이 번진다.)
“그 사람의 눈빛은 마치 오래된 이야기 같았어요.
누군가의 부재, 누군가와의 이별, 혹은 지울 수 없는 상처…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그 깊은 무언가가,
내 안에서 차오르기 시작했죠.”
(잠시 머뭇이다가, 손을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내가 다가가면, 그 무게를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그 무게에 짓눌릴까?
내 마음은 불안했고, 몸은 굳었어요.”
(목소리에 미묘한 떨림이 섞인다.)
“결국, 나는 그저 지나쳤어요.
그 무게가 내게 넘어오지 않게,
그 사람의 그림자가 내 어깨를 무겁게 하지 않게,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죠.”
(한숨을 쉬며,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그 그림자가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어요.
그 무게가 어느새 내 안에 자리 잡고,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됐죠.”
(잠시 침묵, 숨소리만 들린다.)
“혹시 그 사람도 나처럼, 누군가의 무게에 짓눌려
숨 쉬기조차 버거운 순간들이 많았을까?
그리고 나처럼, 그 무게를 혼자 견뎌야 했을까?”
(목소리에 따뜻한 슬픔이 배어난다.)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그때 손을 내밀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그 무게를 함께 짊어지고 싶었는데,
그럴 용기가 없었음을.”
(천천히 일어서며 무대 앞을 바라본다.)
“그래도 괜찮아요.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지금도 마음이 닿는 곳엔
조금의 빛이 깃들기를 바라니까.”
(눈을 감고, 살짝 미소 짓는다.)
“아마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그 순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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