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연극 대본
제목 : "그날, 우산 아래"
형식: 1인극
무대 소품: 우산 하나, 의자 하나
시간: 약 5~6분
등장인물: 나 (관객에게 이야기하며, 몸짓과 목소리로 그 순간을 다시 살아냄)
장소: 빗속, 버스 정류장
[무대. 어두운 조명 속, 인물이 의자에 앉아 있다. 손에는 접힌 우산 하나. 빗소리처럼 잔잔한 음향이 흐른다.]
나:
그날도 비가 왔어요.
비가 와서, 말을 못 했죠.
비가 와서, 눈이 닿지 않았고요.
비가 와서, 우리는 조용히 가까워졌어요.
(잠시 멈춘다. 우산을 조심히 펴서 들고 선다.)
정류장 아래, 나는 우산을 들고 있었어요.
혼자서.
그 애는 그냥 비를 맞고 있었죠.
말도 없이.
그렇게 몇 분쯤 지났을까—
나는… 그냥 우산을 반쯤 내밀었어요.
“쓸래?”라는 말 대신.
(몸을 기울이며 우산을 누군가에게 건네듯 행동한다.)
그 애가 말했어요.
“괜찮아, 곧 버스 와.”
근데 웃으면서 말하더라고요.
젖은 앞머리, 셔츠에 닿은 빗방울.
그 모습이…
그 순간이—
참 이상하게… 예뻤어요.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같이 서 있었어요.
우산을 반쯤 나눠 쓴 채.
어깨는 젖었고, 신발은 축축해졌고,
근데 마음 한쪽이—
그때 처음으로 따뜻했어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빗방울을 느끼듯 펼친다.)
사랑이란 건,
거창한 말로 시작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날 내 사랑은,
그 애의 팔이 우산 안으로 들어오는 그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됐어요.
그 애가 우산 끝에 손을 얹을 때,
우리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졌고—
난 그때 알았어요.
아.
이건 시작이구나.
(잠시 멈춘다. 조용히 우산을 접는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비가 안 왔어요.
계속 맑기만 했어요.
하필이면.
(웃듯이, 울 듯이 말한다.)
그래서 그 애는 정류장에 다시 오지 않았고,
나는 매일 우산을 들고 나갔어요.
쓸 일도 없는데,
혹시 몰라서.
…
사랑은 그런 거예요.
오고 나면…
다시 비가 와도,
그 사람은 오지 않더라고요.
(우산을 천천히 내려놓는다.
손끝을 보며 조용히 한숨 쉬듯 말한다.)
근데 이상하죠.
그 짧은 순간,
그저 우산 반쯤 나눠 썼을 뿐인데—
나는 아직도 그 무게를 잊지 못해요.
말도 없이 다녀간 사람 하나,
우산 하나,
그리고 나.
그게 전부인데…
사랑은, 그날로부터
계속 내 어깨를 젖게 하더라고요.
(고개를 숙인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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