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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극

1인 연극 대본, "화살"

by 인라 202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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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연극 대본

제목: "화살"

등장인물:

  • 나 (10대 후반~20대 초, 고등학생 혹은 대학 새내기. 성별 무관)

(조용히 걸어나온다. 멈춰 서서 관객을 바라본다. 잠시 침묵. 말없이 입을 떼려다 다시 다문다.)

 


(웃음 섞인 한숨)
누가… 야심이 멋있대.
꿈 많고, 열정 넘치고, 자기 욕망에 당당한 거라고.
근데… 그거 알아요?

그 말, 나한텐
화살처럼 들려요.

(책상에 앉아 무심하게 펜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한다.)

어릴 땐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될 거야.”
“넌 특별해.”
그 말이 그냥 좋았죠. 누가 그렇게 말만 해줘도
막 가슴이 뛰고, 귀가 뜨거워졌으니까요.

근데
지금은 그 말 들으면 어깨가 무거워져요.
숨도 안 쉬어지는 거 있죠?

(일어서서 무대를 천천히 걷는다. 천장을 올려다본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요.
잠 줄이고, 밥 줄이고, SNS도 안 하고.
“쟤는 진짜 열정 있어”
그런 말 듣고 싶어서.

(정면을 보고 단호하게 말한다.)

근데 왜
계속 뒤처지는 기분이죠?

왜 내 욕망은 욕심이 되고,
남의 욕망은 야망이 되는 거죠?

(웃다가 씁쓸하게)

나보다 못하던 애가 먼저 뽑혔고,
팔로워 많은 애가 갑자기 주목받고,
나 혼자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나보다 빨리 달려가요.

(펜을 들고 조용히 본다.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그래서…
나는 나한테 화살을 쐈어요.

“더 해. 더 잘해. 더 빨리.”
그게 나인 줄 알았으니까.

근데 그게…
계속 나를 찔러요.
(숨을 들이쉬고, 손을 가슴에 얹는다.)

하루는
거울 앞에서 그러더라구요, 내가.
“이거 누구를 위해 사는 거야?”

(잠시 정적. 그러다 조용히 책상으로 돌아와 앉는다.)

오늘 아침,
문득 그렇게 생각했어요.
야심이 꼭 멋있어야 하진 않지.
야심이 방향이 되지 않아도 괜찮지.

화살이 아니어도 괜찮지.
걸어가도 되잖아.
비틀비틀, 느릿느릿…
그래도 내가 원하는 쪽으로만 간다면.

(천천히 일어선다. 마지막 문장은 또렷하게.)

이제는 나를 쏘지 않으려고요.
나를, 향하게 하려고요.

 

(잠시 정적 후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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