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극 대본
"입을 다물어야 했지"
등장인물:
- 나 (30대 초중반,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깊은 불만과 냉소가 쌓여 있는 인물)
무대 설정:
의자 하나. 왼편에는 닫힌 문. 오른편엔 작은 책상과 사진 하나(관객은 어떤 사진인지 보지 못함). 조명은 따뜻했다가 점차 차가워진다.
📜 대사
(무대 중앙, 의자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들며 관객을 본다. 잠시 침묵.)
나:
웃기지 않아?
그때 나는… 정말 진심으로 그 사람을 존경했거든. 말도 조리 있고, 항상 사람들 앞에 당당했지.
(웃는다) 근데...
그 사람이 날 쳐다보던 그 눈빛…
정말... 짐승을 보는 눈이었어.
(잠시 침묵. 고개 숙임)
나: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날 회의에서 조심스럽게 말했어.
"저는… 이 방향이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 한 마디.
그 한 마디 이후로 그 사람은 내 존재 자체를 지웠지.
(자리에서 일어남. 천천히 걸으며)
나:
내 책상은 복도 끝으로 밀렸고, 내 말은 아무도 듣지 않게 됐고.
'선배 말은 맞는 것 같아요' 속삭이던 사람들도 나를 피했지.
내가 더럽기라도 한 것처럼.
(책상 위의 사진을 집어 든다. 관객은 내용 보지 못함)
나:
이 사람.
내가… 배웠던 사람.
내가 믿었던 사람.
내가... 그 입만 열면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
근데 말이야,
이제는 알아.
그 사람은… 처음부터 나를 사람으로 본 적이 없었던 거야.
(사진을 내려놓는다. 목소리가 낮아짐)
나:
그때 나도 입을 다물었어야 했던 걸까?
아니지. 아니야.
…입을 열었기 때문에, 내가 저 눈빛을 봤던 거야.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야.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진다. 관객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든다)
나:
이젠, 내가 그들을 경멸해.
말도, 말투도, 그 웃는 얼굴도.
그 안에 숨겨진 모든 오만과 비열함을.
차라리 날 미워했으면 좋았을 텐데.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그 태도.
그게, 가장… 더럽더라.
(침묵. 조명 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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